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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간식이 바로 포슬포슬하고 달콤한 찐 고구마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저희 딸도 하교하고 집에 오면 "엄마, 오늘 간식 고구마 쪄주세요!" 하며 가장 먼저 찾을 정도라, 저희 집은 이맘때면 아예 든든하게 박스째로 쟁여두고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전 살림 초보 시절, 고구마 박스를 택배로 받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서늘한 베란다 구석에 그냥 방치해 둔 적이 있었는데요. 몇 주 뒤 밑바닥에 있는 고구마를 꺼내려다 보니 퀴퀴한 냄새와 함께 허옇게 곰팡이가 피고 끈적하게 물러져서, 아까운 고구마를 절반 이상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갓 수확한 고구마가 머금고 있던 '자체 수분'과 베란다의 '차가운 온도'가 만나면서 고구마가 냉해를 입고 썩어버렸던 것이더라고요.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많은 살림 노하우를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 이제는 단 한 알도 버리는 일 없이 겨울 끝자락까지 싱싱하게 먹고 있습니다. 오늘은 곰팡이와 싹으로부터 내 소중한 식재료와 식비를 완벽하게 지켜주는, '실패 없는 고구마 보관법'을 제 경험을 담아 단계별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배송 직후 가장 중요한 첫 단추, '큐어링(건조)' 작업
산지 직송으로 갓 수확해 택배로 막 배송받은 고구마 박스를 귀찮다고 그대로 다용도실이나 베란다 구석에 밀어 넣는 것은, 한 박스 전체를 썩히는 가장 완벽한 지름길입니다. 산지에서 갓 캐낸 고구마는 흙의 수분과 자체적인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어서 박스 안이 흡사 '습식 사우나' 같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초보 주부 시절, 주말에 정리하겠다며 박스째로 3일 정도 방치했다가 맨 밑바닥 고구마들이 하얗게 곰팡이가 피고 끈적한 진물이 흘러나와 악취와 함께 통째로 내다 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고구마는 배송받은 그 즉시, 단 2~3일의 시간을 투자해 수분을 날려주는 '건조 작업'을 무조건 거쳐야 합니다. 택배를 받는 즉시 박스 테이프를 뜯고, 거실 한편이나 통풍이 잘되는 곳 바닥에 신문지나 돗자리를 넓게 깔아줍니다. 박스 안의 고구마를 쏟지 말고 하나씩 조심스럽게 꺼내어, 신문지 위에 고구마끼리 서로 살이 닿지 않게 띄엄띄엄 간격을 두고 펼쳐 놓습니다.
이때 햇빛이 쨍쨍한 베란다에 두시면 안 됩니다! 직사광선을 받으면 고구마가 뜨거워져서 싹이 트거나 껍질이 질겨집니다.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이 솔솔 통하는 서늘한 그늘(현관 입구나 거실 구석)에서 2~3일 정도 겉면의 흙과 수분이 뽀송해질 때까지 바짝 말려줍니다.
이 건조 과정을 농가에서는 전문 용어로 '큐어링(Curing, 치유)'이라고 부르는데요. 단순히 물기를 말리는 것을 넘어서, 수확하고 배송되는 과정에서 고구마 껍질에 생겼던 크고 작은 생채기들이 우리 피부에 딱지가 앉듯 스스로 아물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상처가 단단하게 코팅되면서 외부의 세균이 침투해 썩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주는 원리죠. 처음에 바닥에 늘어놓는 것이 조금 번거롭더라도, 딱 이틀만 투자해 큐어링을 해주면 석 달 내내 썩은 고구마 치울 일 없이 마음 편하게 드실 수 있답니다.
신문지와 계란판을 활용한 공기 순환 층층이 보관
2~3일간의 큐어링으로 겉면이 바짝 마른 고구마를 이제 다시 박스에 보관할 차례입니다. 이때, 빨리 치우고 싶은 마음에 말려둔 고구마를 박스에 와르르 쏟아 부으시면 이틀 동안 고생해서 말린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됩니다. 고구마는 껍질이 얇아 떨어지면서 상처가 나기 쉽고, 무엇보다 고구마끼리 살이 맞닿아 있는 틈새로 다시 눅눅하게 습기가 차오르면서 그 맞닿은 부분부터 새까맣게 썩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번거롭더라도 아래의 '층층이 공기 순환 보관법'을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 먼저 고구마가 들어있던 택배 박스 옆면에 커터칼을 이용해 백 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숨구멍을 사방에 4~5개 정도 뚫어줍니다. 꽉 막힌 종이상자 안에서도 공기가 멈추지 않고 순환하게 만드는 필수 기초 작업입니다.
- 박스 맨 바닥에는 구겨진 신문지를 두툼하게 깔아줍니다. 신문지를 그냥 평평하게 까는 것보다 마구 구겨서 깔아주면 종이 사이에 푹신한 공기층이 생겨서, 바닥에서 올라오는 퀴퀴한 습기와 냉기를 훨씬 효과적으로 차단해 줍니다.
- 바닥 세팅이 끝났다면, 신문지 위에 고구마를 올릴 때 절대 서로 닿지 않게 손가락 하나 정도의 간격을 띄워서 한 층만 가지런히 놓아줍니다.
- 그 위에 다시 신문지를 이불 덮듯 덮어주고, 다시 고구마를 띄엄띄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며 아파트 층을 쌓듯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여러 해 동안 살림하며 터득한, 실패 확률 0%의 특급 꿀팁을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집에서 다 먹고 버리기 직전인 '종이 계란판'을 버리지 마시고 층 사이에 깔아보세요. 계란판 특유의 올록볼록한 홈마다 고구마를 하나씩 얹어주면 맞춘 듯이 쏙쏙 들어가 고정됩니다. 이렇게 하면 고구마가 굴러다니며 부딪힐 일도 없고, 계란판 사이사이로 공기가 아주 시원하게 통하기 때문에 겨우내 단 한 알도 썩히지 않고 완벽하게 보관하실 수 있습니다.
냉장고 금지! 고구마가 좋아하는 최적의 장소
고구마 보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시원하고 신선하게 보관한다'며 냉장고 야채칸에 밀어 넣거나, 한겨울 꽁꽁 언 차가운 베란다에 방치하는 것입니다. 저도 살림 초보 때는 신선식품은 무조건 냉장고로 직행하는 줄 알았다가 비싼 고구마를 몽땅 버린 적이 있거든요. 고구마는 본래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열대성 작물'입니다. 따라서 9도 이하의 차가운 곳에 들어가면 감기 걸리듯 '냉해'를 입어 내부 세포가 죽어버리고, 나중에 삶았을 때 단맛은 온데간데없이 쓴맛이 나며 속이 멍든 것처럼 까맣게 변해버립니다.
- 최적의 온도 유지하기: 고구마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12도~15도 사이입니다. 사람에게는 살짝 서늘하게 느껴지지만 춥지는 않은 정도의 실내 온도가 딱 좋습니다.
- 보일러 안 들어오는 실내 찾기: 겨울철 보일러가 빵빵하게 돌아가는 따끈한 방바닥이나 거실 한복판은 절대 피하셔야 합니다. 예전에 박스를 거실 바닥에 무심코 뒀더니 며칠 만에 고구마에서 싹이 훌쩍 자라나서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감자 싹과 달리 고구마 싹에는 독이 없지만, 영양분과 수분이 싹으로 다 빠져나가 고구마가 퍼석퍼석해지고 맛이 없어집니다.)
- 아파트 추천 장소: 그렇다면 춥지도, 너무 따뜻하지도 않은 명당은 어디일까요? 햇빛이 직접 들지 않으면서 보일러 배관이 지나가지 않는 '다용도실 선반 위', 혹은 환기가 잘 되는 '현관 신발장 근처' 서늘한 곳이 제가 찾은 가장 훌륭한 고구마 저장소입니다. 이때 바닥의 냉기나 열기가 직접 닿지 않게 박스를 안 쓰는 의자나 스티로폼, 두꺼운 박스 위에 한 단 올려두시면 더욱 완벽합니다.
싸고 맛있을 때 박스째 사두면 겨우내 가족들의 든든하고 건강한 간식이 되어주는 가을 제철 고구마. 오늘 알려드린 '2~3일 큐어링 건조'와 '신문지 층층이 보관법', 그리고 '최적의 명당자리 찾기'만 잘 기억하셔도, 마지막 한 개를 삶아 드실 때까지 썩거나 싹 나는 일 없이 꿀이 뚝뚝 떨어지는 달콤한 고구마를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주말, 다용도실에 방치해 둔 고구마 박스가 있다면 미루지 마시고 당장 열어서 신문지 위에 쫙 펼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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