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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어떤 아이는 글자를 하나하나 씹어 먹을 듯이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고, 어떤 아이는 만화책을 보듯 휙휙 넘기며 줄거리만 대충 훑어보곤 합니다. 학부모님들 입장에서는 꼼꼼하게 읽는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빠르게 읽어도 뜻만 통하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실 텐데요.
오늘은 한상무 님의 저서 『책을 읽으면 왜 뇌가 좋아질까? 또 성격도 좋아질까?』에 담긴 두 번째 이야기로, 책을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는 '정밀독'이 아이의 뇌 발달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뇌과학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풀어보겠습니다.

훑어 읽기 vs 정밀독, 뇌는 알고 있다
"훑어 읽는 경우에도 뇌의 혈류가 증가했지만 부분적이었다. 반면, 정밀독의 경우 혈류의 증가에 의한 뇌의 활성화가 뇌 전체에 걸쳐 더욱 총체적으로 이루어졌다."(p.158)
정밀독에 의한 뇌 기능의 향상에 관한 내용을 읽으며 다시금 정독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지만, 항상 모든 책을 정독하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책을 정독하는 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모든 책을 정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상무 저자님의 책을 읽고 나니 이전보다 책을 읽을 때의 자세가 바뀌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보다 꼼꼼하게 읽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비중을 늘리려고 합니다.
제가 읽지 못한 소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골라, 스토리를 따라 가며 텍스트를 읽는 상상을 하면 벌써부터 즐거워집니다. 영화로 스토리를 접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좋은 방법이지만, 책으로 읽으면 또 다른 재미가 있고 다음 내용이 기대되어 잠시 숨을 멈추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끊임없이 읽고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조건 읽어야 하는 도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때로는 내가 읽고자 했던 책이 뒤로 밀려나 못 읽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제든 내가 시간을 내어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고, 두 눈으로, 두 손으로 책 페이지를 사라락 넘겨가며 읽을 수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이 많은 것도 저의 기분을 좋게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책을 읽을 때마다 목적에 따라 방법을 다르게 선택했는데, 줄거리 위주로 훑어보는 '방관적 읽기'보다는 집중력을 발휘하여 단어와 문장을 꼼꼼하게 파고드는 정밀독의 비중을 조금 더 높여야 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 두 가지 읽기 방식은 뇌에 전혀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뇌과학자 나탈리 필립스 연구팀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두 가지 방식으로 읽게 한 뒤 뇌의 혈류를 추적한 결과는 매우 놀라웠습니다. 텍스트를 대충 훑어 읽을 때 뇌는 아주 부분적으로만 반응했지만, 집중해서 꼼꼼하게 읽는 '정밀독' 모드로 전환하자마자 뇌 전체의 혈류가 급격히 증가하며 총체적인 뇌 활성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텍스트에 주의를 집중하기 위해 뇌의 복잡한 인지 기능들이 서로 바쁘게 협력하기 때문에 보다 더 강력한 활성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뇌 전체를 깨우는 '깊이 읽기'의 마법
"정밀독에 의해서만 이른바 '깊이 읽기'가 가능하며, 이 경우 피질의 네 가지 엽과 좌우 두 반구의 광범위한 활성화가 일어난다."
"문학 텍스트의 정밀독이 독자의 뇌 기능 전체를 향상시킨다."(p.159)
정밀독은 뇌과학자 매리언 울프가 강조하는 '깊이 읽기'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깊이 읽기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을 넘어, 논리적 추론, 비판적 분석, 통찰을 끌어내는 가장 고차원적인 사고 과정입니다. 숙련된 독자가 정밀독을 통해 이 깊은 수준에 도달하는 데는 불과 몇 밀리초(1000분의 1초)밖에 걸리지 않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뇌의 좌뇌와 우뇌, 그리고 4개의 엽 모두가 이 위대한 행위에 참여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심지어 소설책을 꼼꼼하게 읽는 것만으로도 운동 감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과 언어를 이해하는 측두 피질의 연결성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효과가 독서 후 5일 동안이나 뇌 속에 지속됩니다. 잘 훈련된 정밀독 습관은 우리 아이의 뇌 기능 전체를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향상시킨다는 완벽한 과학적 증거입니다.
우리 모두 책을 두 손에 들고, 보다 꼼꼼히 읽고, 생각하고, 쓰는 행위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의 내용을 손으로 적거나 키보드를 두드려서 타이핑을 하는 것 또한 책의 내용을 보다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저도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면서, 글을 내 손으로 다시 써보기도 하면서 제 자신에게 더욱 깊이 내면화 되는 기분을 경험했습니다.
조용히 읽는데 내 뇌에서는 소리가 난다고?
"독자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묵독을 할 때, 독자의 뇌에서 '내적 음성'이 산출된다."
"묵독이 시각을 포함하는 상이한 감각 체계와 청각 체험을 산출하는 쓰여진 단어 간에 '상호 대화'를 산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p.162)
가장 흥미로운 발견은 아이들이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눈으로만 책을 읽는 '묵독'의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신경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특히 주의를 기울여 꼼꼼하게 묵독(정밀독)을 할 때 뇌의 청각 영역에서는 빈번한 전기적 활성화가 일어난다고 합니다. 분명 입은 다물고 눈으로만 글을 보고 있는데, 뇌 속에서는 지금 읽고 있는 단어를 말하는 '내적 음성'을 상상하여 끊임없이 소리를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대화(직접화법)를 꼼꼼하게 읽을 때 뇌 속 음성 부위가 더욱 강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즉, 제대로 된 묵독은 단순히 눈만 움직이는 조용한 노동이 아닙니다. 시각과 청각이 뇌 속에서 수없이 말을 주고받는, 아주 역동적이고 시끄러운 '감각들의 상호 대화' 시간인 것입니다.
아이들이 글을 대충 훑어 읽는 습관을 버리고, 주의를 집중해 꼼꼼하게 읽는 '정밀독'을 훈련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충 훑어 읽을 때 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는 것에 불과하지만, 꼼꼼하게 정밀독을 하는 순간 아이의 뇌는 좌뇌와 우뇌를 모두 가동하며 시각과 청각이 깨어나는 경이로운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정밀독하라고 강요하면 아이들은 금방 지칠 수 있습니다. 부담은 내려놓고,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재미있는 소설이나 동화책의 어느 한 부분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빈다. 책을 천천히 이해하며, 꼼꼼히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해 주세요. 그 작은 습관의 변화가 우리 아이의 뇌 전체를 눈부시게 깨우는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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